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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애국도 하고 - 이윤애(출처: 전북일보)

전북여성단체연합 2012. 12. 27. 11:17


아이 낳고 애국도 하고 - 이윤애이윤애(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작성 : 2009-12-22 오후 6:58:10 / 수정 : 전북일보(desk@jjan.kr)

'아이 낳아 애국하자고? 그럼 국가가 나와 아이를 위해 뭘 해 줄 건데?' 다섯 살 된 딸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가 도발적으로 반문한다. 어린이집 종일반에 딸아이를 출근하면서 데려다주고 퇴근하면서 데려오는데, 출장이나 교육, 연장근무 등으로 아이를 제시간에 인계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나 요즘처럼 신종플루비상으로 갑자기 어린이집이 휴원을 하면 아이를 잠시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쩔쩔 매곤 한다. 또한 법적으로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출산휴가도 눈치 보이는 데 육아휴직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더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일하는 엄마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보육시스템. 그 뿐인가? 우리 사회 곳곳에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들, 유해음식들, 유해환경들... 무모한 엄마가 아닌 다음에야 아이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어 둘째는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한다.
인구보건협회가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2명이며, 18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에서 두 번 째 국가이다. 급격한 인구고령화 추세와 맞물린 저출산의 심각성은 생산인구를 감소시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엄청난 사회보장재정 부담으로 국가적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도 미래 지속성장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출산장려금 지원, 보육료 지원, 각종 세제혜택, 가족친화적 사회문화 조성 등 꾸준히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범위가 제한적이고 제도를 만들어도 젊은 부부들의 피부에 와 닿지 못해 아이낳기를 꺼리는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를 들어 충북 괴산군에서는 다섯째 아이를 낳으면 천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첫째 낳기마저도 주저하는 가임부부들에게 과연 다섯째아이 천만원이 출산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 뿐이다. 자치단체의 정책이라지만 참 한가한 출산장려책이다.
생태경제학자 우석훈은 환경과 인간을 학대하는 토건사업이 인간의 성욕을 감퇴시켜 성관계 횟수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토건과 출산율이 반비례한다는 명제가 과학적 증명을 통해 성립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명제에 동감한다. 걱정된다.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는 다자녀가족 시상뿐만 아니라,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 일자리나 일하는 엄마를 배려하는 보육시설들을 발굴해 '칭찬합시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적 모델로 삼고, 워킹맘들에 비친화적인 기업과 기관들의 사례를 찾아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등의 활동으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활동들이 많아질수록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정책들을 펴 나갈 것이며, 가임부부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훗날 나의 딸과 아들이 아이 좀 봐 줄 수 없냐고 간청한다면 단호히 거절하고 자손만대로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적 돌봄시스템구축을 위한 할머니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한편 할머니가 되기 전 이미 운동의 필요성이 해소되진 않을까 과도하게 욕심스러운 기대도 함께 해본다.
/이윤애(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