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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성명서

(공동성명서) 성폭력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 취소 판결 부당하다! 1심 판결 취소하라!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 취소 판결 부당하다!

1심 판결 취소하라!

 

지난 2014624, 전주지방법원은 남편 김모(1975년생)씨가 베트남 여성 A(1990년생)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무효 소송에 대하여 혼인취소와 함께 남편에 대한 위자료 8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의 핵심적인 취지는 베트남 여성 A씨가 남편과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 있었던 출산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1심 판결이 형식적인 법 논리에 치중하여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을 져버렸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 판결의 취소를 강력히 요청한다.

 

베트남 여성 A씨는 13세이던 2003, 납치를 당했다. 3일동안 감금되어 강간을 당한 여성은 임신을 했고, 그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해야 했다. 이후 A씨를 납치했던 남성은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했지만 그녀도, 그녀의 집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지독한 성적 폭력의 경험이었고, 그 남성이 이후에도 폭력을 가하고 학대했기 때문이었다. 그 남성이 집으로 찾아와서 지속적으로 괴롭혔기 때문에 그녀는 집에서도 살 수 없어서 혼자 집을 떠나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다. 아동 성폭력 희생자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피해 다녀야 했다.

 

20124월 그녀 나이 22세에 한국 남성과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 20127월 한국에 입국하였다. 그리고 20131월 남편의 계부에게 강간을 당하여, 또 다시 끔찍한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 이주여성쉼터에 입소하였다. 이로 인하여 그녀의 결혼 생활도 6개월여만에 악몽으로 끝이 났으며, 가해자인 시아버지는 강간죄로 형이 확정되어 복역 중이다.

 

그녀의 성폭력 경험은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하는 형벌이 되고 말았다. 시아버지의 강간으로 인하여 결혼생활이 끔찍스럽게 종료되었건만 남편은 오히려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결과 1심에서 혼인취소와 남편에 대한 위자료 800만원 지급 판결을 받은 것이다. 13세 때의 납치강간에 의한 출산 경험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판결의 이유다.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그녀가 낯선 곳에 끌려가 감금되어 성폭력을 당했던 사실을, 그로 인해 원치 않던 출산을 해야 했던 경험은 여성으로서 입을 열어 말하기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과 결혼하려는 상대에 대한 예의를 우선시하여 최소한 알리고자 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통역에게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통역은 괜찮다고 했다. 그리나 불행하게도 이 사실은 남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남편이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음도 그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중개업에 의한 국제결혼이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중요한 정보들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였다.

 

1심의 혼인취소 판결은 그녀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것과 같다. 인간의 삶은 총체적인데, 형식적인 법 논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법으로 인해 상상조차하기 힘든 고통을 당한 그녀는 이제 피해자가 아닌, 거짓으로 혼인을 한 나쁜 사람, 그로 인해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되었다.

 

인 취소 판결은 그녀가 시아버지에게 당한 성폭력조차 무위로 만들고 있다. 혼인이 성립한 적이 없으니 시아버지가 있을 수도 없게 된다. 게다가 그녀는 한국에 머물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결혼비자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4세의 여성에게, 한국에 와서 불행한 과거를 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여성에게,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여 결혼관계가 끝장나 버린 여성에게, 13세 때의 납치와 성폭력 그로 인한 출산경험을 따져 물으며 베트남으로 돌려보내자는 것이 1심의 판결이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에게 한국사회가 그 책임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묻고 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 판결은 한국 사회가 중복된 성폭력 피해 결혼이주여성을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대우한다는 매우 부정적인 사례로 두고두고 언급될 것이다. 이것은 결코 일반적인 사회통념과 정의로운 법의 정신과도 합치되는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의 취소를 판결하여 이 베트남 여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심 판결의 결과를 듣고, 전국의 이주/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전국적으로 탄원서 서명을 받았다. 여기에 서명한 개인이 모두 25백 명에 이르고 있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하는 어떤 분은 손으로 직접 탄원서를 일일이 옮겨 적어 서명지를 우편으로 보내주신 분도 있으며, 자발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주신 분들도 많았다. 탄원서에 서명을 해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러한 상식과 기대를 2심 재판부가 엄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

 

 

20141117

 

 

 

전국 이주/여성 단체

 

(대표연락단체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전북여성단체연합)

 

 

고창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기아대책이주여성쉼터, 김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늘푸른쉼터, 다누리콜센터1577-1366전북전주, 다솜마루, 대구이주여성쉼터, 마리아의 집, 모이세이주여성의집, 벗들의집, 보현이주여성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서울이주여성쉼터, 아시아의 친구들, 양산성가족상담소, 여성긴급전화1366전북센터, 여수이주여성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유엔인권정책센터, 이주여성인권포럼, 인천여성의전화 울랄라이주여성쉼터, 장애여성공감 (부설기관: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극단 춤추는 허리), 재한베트남공동체, 전북여성단체 연합(군산여성의전화,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연구회, 전주여성의전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익산여성의전화, 전국여성노동조합전북지부,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전북이주여성쉼터, 제주이주여성쉼터, 제주평화인권센터, 조선족교회, 청주이주여성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전남이주여성인권센터, 전북이주여성인권센터,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행복터

 

탄원인 2,419명을 대표하여 김은경,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