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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파란눈의 여성들, 전북여성을 후원하다(출처:새전북신문)

커뮤니티]파란눈의 여성들, 전북여성을 후원하다

2010년 02월 01일 (월) 18:18:11 김지혜 기자 kjh@sjbnews.com


“여러분 걱정되시죠? 언제쯤 그 단어가 나올까? 은근히 기대하시는 분도 있으실거구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오신 분들은 많이 당황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여러분 ‘버자이너’가 우리 말로 뭐죠? 아시는 분 손들어보세요.”

성(性)에 대한 얘기는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영역이지 공개하는 건 불편하다. 눈치 없이 말을 건넸다간 ‘성희롱’이란 멍에를 쓰게 되니 절친한 동성 친구 사이에서나 소통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 여성의 성, 성기를 말하기란 더욱 어렵다. 60∼70 평생을 살아온 여성들 중에서 자신의 성기를 소리내어 불러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아마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또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과감하게 표출하는 20∼30대 젊은 여성들도 여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단어를 입밖으로 꺼내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 파란 눈의 여성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전주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원어민들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국적도 다양한 이들이 한데 모인 이유는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근절하고,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브이데이 활동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브이데이는 1998년 창립된 행사로 여성과 소녀들에게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풀뿌리 활동가들의 운동이다. 98년 미국에서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 됐다. 올해도 130여개국에서 47개의 다른 언어들로 진행된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이브 엔슬러의 작품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여성 200명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금기의 대상인 여성 성기를 둘러싼 고민과 남성 폭력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성 보고서이다. 여성의 몸 가운데서도 가장 억압받고 금기시된 성기의 입장에서 억압과 차별의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매년 브이데이 행사가 개최되고 있고, 전주에서는 지난해 외국인 강사들이 주축이 돼 처음 시작했다.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첫 번째 시도를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에 올해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단계 성숙했다. 연극 준비 시간도 길어졌고, 활동 단원도 많아졌다. 수익금 규모 역시 지난해의 두 배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외국인축구팀과 외국인 강사 콘서트 등을 통해 250만원 상당의 기금을 적립했다. 연극 티켓이 성공적으로 팔린다면 브이데이 캠페인을 마감하는 3월께면 800만원 상당의 수익금을 적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극 연습은 지난해12월부터 시작했다. 바쁜 강사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간을 빼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항상 밤 늦은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야만 했다.

활동 단원은 직접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12명을 비롯해 브이데이 주최자, 연극 감독에 이들을 돕는 한국인 스태프들까지 총 24명이다.

아마추어 배우들이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 ‘버자이너’는 여성 그 자체로 활짝 피어난다.

이번 연극에 배우로 참여한 박선영씨는 “연극을 하기 전에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대해 잘 몰랐지만 연극 시작 이후 책을 읽어봤다”면서 “앞으로 외국인 강사들이 아닌 한국 사람들이 주최가 돼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감독을 맡은 미국인 영어강사 제시카는 “연극이 담고 있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약간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 좋다”면서 “파격적인 단어 등에 집착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여성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연은 6일(오후 8시)과 7일(오후 2시, 5시) 이틀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가격은 1만5,000원∼2만원이며 수익금은 전북여성단체연합을 후원하는데 쓰인다.
/김지혜 기자 kjh@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