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 & “5.24 조치 2년”
성명서>
“여성들은 남북의 갈등과 분쟁의 확산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
매해 5월 24일은 세계여성들이 평화와 군축을 기원하는 평화의 날이다. 여성들은 이 날자기 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군사비를 감축하고, 무력분쟁과 갈등을 중지하여 평화로운 세상이 앞당겨지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난 2년 동안 5월 24일은 평화의 날이 아니라, 천안함 침몰로 촉발된 남북의 갈등과 긴장을 가장 부정적으로 해결한 ‘5.24 조치’를 취한 비평화의 날로 기억되고 있다. 2년 전 이날 정부가 천안함 침몰에 대해 북한의 이른 바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시킨 ‘잠정적 조치’는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항구적 조치’로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평화는 더 멀어지고 남북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공격, 전쟁의 위협, 그리고 불안은 점차 증가되어 왔다. 아울러 대북지원 단체들에 의한 대북 지원도 중단되어 북한의 취약계층인 여성과 어린이들의 인도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에 여성들은 현재의 악화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의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행하고 한반도의 분쟁과 갈등 상황을 개선하여 화해와 평화로 나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말의 전쟁을 중단하라”
최근에 남과 북이 서로를 자극하고 공격하는 말의 전쟁은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극한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4월 13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고 4월 16일 유엔 안보리는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이후 서울 광화문에서 일부 학생들이 북한 지도자를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이명박 대통령 역시 로켓발사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4월 18일 남한 정부가 북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며 ‘서울의 모든 것을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왔다. 국방부는 북한 지도부의 집무실도 첨단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고 북을 자극하고 대통령도 북한지도자가 농지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남한에 대한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며 보복을 천명했고, 남한에서는 대통령이 어린이날 청와대에 초대한 어린이들 앞에서 ‘북한은 말 안 듣는 나쁜 어린이’라고 하면서 세계의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얘기하면 머지않아 북한도 그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 했다.
우리 여성들은 최근 남과 북 사이에 상대방을 자극하는 격한 말의 전쟁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남북의 주민들은 이런 말의 전쟁이 무력 갈등의 씨앗이 되어 실제의 전쟁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로에게 상처주고 협박하는 말로 인해 남과 북이 무너진 신뢰를 언제 다시 쌓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남과 북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들에게 위임된 정치적 책무가 한반도의 갈등과 분쟁의 악화가 아닌 대화를 통한 신뢰의 조성, 소통을 통한 화해의 길을 여는 것임을 인식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기 바란다.
“북한의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라”
5.24 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의 취약계층, 즉 여성과 노인, 어린이들이다. 남한에서 5월은 어버이 날, 어린이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성년의 날 등 사랑과 감사, 배려로 가득 찬 달인 데 비해, 북쪽은 5.24 조치로 인해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었고, 그 고통으로 비정하고 잔인한 달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의하면 북한의 5세 미만 아동 10명 중 8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고 하며 올해 4월에도 북한 당국에 의한 식량 배급량은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의 필수 권장량 600g의 66%인 400g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인천항에는 북한에 지원될 영양강화식품과 어린이 의약품 등이 북에 전달되지 못하고 묶여 있다고 한다(통일뉴스 5.16).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들에 의하면 북한의 취약계층의 영양사정과 의료현실이 악화되어도 지원물품이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최근의 악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며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도적 물자의 전달까지도 규제한 5.24 조치가 취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여성들은 인도적 대북지원까지 가로막는 5.24 조치가 하루 빨리 철폐되어 고통 받는 북의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에 대한 영양식,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즉시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막대한 군사비를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복지비로 전환하라”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인 오늘 여성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남한 정부의 군사비 지출과 이에 비해 초라한 여성과 아동 복지 현실에 절망을 금할 수 없다. 올해 한국의 국방비는 33조원이고 14조의 무기수입을 결정할 계획으로 세계2위의 무기수입국이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막대한 군사비와 무기수입이 우리의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현재 1:99의 극단적 양극화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는 경기침체, 비정규직 증가로 인해 약화되는 사회적 안전망과 이에 따른 불안으로 살아남으려는 생존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성들은 여기서 가장 큰 사회적 약자로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61.8%에 달하고 육아 현실도 극도로 취약하며 양극화와 사회적 불안에 따른 성폭력 범죄 또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에게 생존을 위한 좋은 일자리와 성평등에 기초한 지속가능한 발전이 보장되는 인간안보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안전이 보장될 것이다.
우리 여성들은 여성들의 안녕과 복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의 길로 전환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아울러 여성들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의 신뢰회복과 대화와 협상, 평화형성과정이 여성들의 안녕과 복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의 1325호>가 평화안보분야의 정책에 반영되어야 하며 정부는 결의 1325호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들은 남북의 평화 형성을 위해 남북의 긴장과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국내외 여성들과 연대할 것이다.
2012년 5월 24일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대전평화여성회, 전국여성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독여민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사회교육, 새세상을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울산여성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 천안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함께하는주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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