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실/성명서

MB정부 여성정책 '낙제점' (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이명박 정부 여성정책 1년 평가 기자간담회 열려

오늘 2월 18일,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 1년에 대한 평가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결과는 한마디로 ‘낙제 점수’이다. 분야별 평가위원들은 현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해 “성평등 정책의 실종”, “여성인권 의식과 젠더 거버넌스 부재”, “가족․보육정책의 후퇴”, “구호 뿐인 여성일자리 창출”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성평등 정책의 실종

새로이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여성부 폐지를 거론하면서 성평등 정책을 낡은 것으로 치부했다. 여성계의 반발로 여성부는 존치되었지만, 2007년 1조 1,994억원에서 2008년 539억원으로 1년 만에 95.5%가 줄어든 예산 규모와 직원 100명의 초미니 부서로서 실질적 여성정책을 전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현 정권에 남아있는 여성정책이라고는 여성부의 기본 업무인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사업’과,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시작한 ‘여성일자리 창출 사업’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여성부는 청년여성과력단절 여성 취업지원, 여성인권 보호 및 종합지원, 양성평등기본법 제정 등 여성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주요 사업이었고, 2009년에는 여성의 힘으로 경제 살리기, 아동․여성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정책 펼치기가 주요 과제로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로써, 2007년 대선 당시 ‘다른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능을 여성가족부로 모아주겠다(11. 30)’, ‘양성평등에 대한 전담부서의 기능강화가 필요하다(11. 21)’는 여성계와의 약속은 철저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여성인권에 대한 협소한 인식으로 ‘선진국 수준의 양성평등을 이루겠다’는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는 공허할 뿐이다.


실종된 가족정책, 시장에 내맡겨진 보육정책

여성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된 가족정책과 보육정책 또한 위태롭다. 2008년 가족정책은 ‘일과 가정의 양립지원’이 기본 방향으로 설정되어 탄력근무제․육아휴직제 확산을 위한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 맞벌이 가족 양육지원 확대 및 가정 내 남성의 육아참여 지원 등이 사업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2009년 경제침체에 따른 위기가정 지원이라는 컨셉으로 변화되어 잔여적이고 보수적 관점으로 회귀되었다. "노인·장애인·아동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제목 하에 각 대상별 지원책 외에는 다른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공공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보육정책은 시장경제의 논리에 휘말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수요자 욕구에 맞는 보육서비스 제고’를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수요자 욕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는 바우처같은 번거로운 시스템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집과 가까운 곳에 안심하고 저렴하게 맡길만한 시설을 원한다. 즉 공공보육시설과 무상보육의 확대를 원하고 있는데, 현 정부는 정책의 체감도 제고와 보육담당 공무원의 업무 경감을 이유로 내세워 수백억에 달하는 전자바우처 도입을 강행했다. 자녀양육수당이나 전자바우처는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며, 보육의 시장화․자율화를 재촉하게 되어 결국에는 부모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인권의식 부재, 민관협력 축소

여성인권 분야 평가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의식은 담당공무원들의 여성인권감수성 부족, 민간단체를 지도와 관리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 민간위탁 해지 등 일방적 거버넌스 폐기 등이다.

여성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인권감수성 부족과 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폭력피해 생존자를 일반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와 동일하게 취급해, 이른 바 새올행정시스템과 국가복지 정보시스템에 폭력 피해생존자의 모든 내용을 등록토록 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 자산조사를 통해 지원여부를 정하겠다는 방침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여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여성복지 당사자들은 그 동안의 복지 수혜자에서 권리자로 기존 보건‧복지 정책이 갖는 시혜적 측면을 권리적 측면으로 바꾸겠다는 입장과도 배치된다.

민관협력의 동등한 파트너가 되어야 할 민간단체에 대한 관점 또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여성폭력 정책은 여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고, 지원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 어느 곳보다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곳으로, 민관협력이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타 사회복지시설보다 훨씬 잦은 지도점검 및 회계 점검 등 현장에 대한 몰이해와 행정편의적 방식으로 민관협력 체계를 후퇴시키고 있다. 성매매 정책의 경우,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던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의 민간위탁을 갑자기 해지하고 무리하게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다가 2월 현재까지 파행을 겪는 등 민간과의 협력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 정부의 거버넌스 파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구호 뿐인 여성일자리 창출

여성일자리 창출은 구호만 있을 뿐, 계획도 없고 성과도 알 수 없다. 대선 당시 여성노동 공약은 ‘여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 사회서비스직 좋은 일자리 50만개 창출’이었는데, 정부의 2009년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계획은 12만5천여 개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2/3가 여성일자리라는 통계를 이용해 계산하더라도 여성일자리는 8만3천여 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노동부가 2009년 공모한 사회적 일자리에서 여성들의 집중 업종인 돌봄서비스 분야의 파견사업을 신청 단계에서부터 배제했는데, 50만개의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경제위기 하에서,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채 ‘좋은 일자리 50만개 창출’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이다.


▲ 주요 정책 제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의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과 차별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체계는 단절을 넘어 감시와 통제, 분열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더욱 심화된다는 증거는 최근 벌어진 몇몇 강력범죄 사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위기로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해지고 여유가 없어질수록 정치권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공, 인권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앞으로 여성정책 또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길 바라며, 각 분야별 주요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① 여성부 강화 및 성평등기본법 제정
②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 보육정책 수립
③ 젠더문제와 가족문제를 결합한 종합적인 가족정책 수립
④ 종합적 저출산 대책 수립
⑤ 괜찮은 여성일자리 50만개 창출
⑥ 비정규직법 개악 중단, 공공부문 여성비정규직의 정규직화
⑦ 가정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관한 장단기 계획 수립
⑧ 여성폭력피해자 지원 및 예방을 위한 성인적 관점의 장기적인 여성정책 추진 체계 마련
⑨ 형법 개정 (성적자기결정권침해, 친고죄 폐지, 공소시효 정지 및 연장 등)
⑩ 성매매알선행위등 처벌법의 집행력 강화
⑪ 국제결혼 유입과정에서의 여성의 상품화와 인권 침해 방지 정책
⑫ 가족주의적 사회통합 정책보다 인권지향적․성인지적․다양성 수용정책 수립
⑬ 여성장애인의 평생교육권 보장
⑭ 예산과 정책의 쏠림 현상 조정

이번 평가에는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장명숙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등이 참가했다.